odd voyage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종종 작업할 때 뽀모도로 기법을 사용한다. 뽀모도로는 25분간 집중 작업 후 5분간 짧은 휴식을 반복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시간 관리 방법이다. 그동안 나는 이 방식을 집중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다. 마감이 촉박한 작업을 빠르게 끝내야 할 때, 일정 제약이 없거나 약해 미뤄질 수 있는 작업을 억지로라도 하고 싶을 때, 아니면 집중이 잘 안 될 때 등 어떻게든 집중하고 싶을 때마다 뽀모도로 타이머를 켰다. 그러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뽀모도로 기법이 내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줬다.

몰입한 시간을 돌아보다

내가 쓰는 뽀모도로 타이머 앱은 Flow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디자인과 핵심 기능만 담겨있고, 맥, 아이폰, 아이패드, 워치에서 쓸 수 있는 게 내게 큰 매력이다. 너무 만족하고 다른 대체제가 없을 거란 생각에 과금을 했고, 유료 버전에는 내가 몰입한 시간의 이름을 지정할 수 있고 이를 애플 캘린더에 기록해 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쓰다 보니 캘린더에 내가 어떤 작업에 얼마나 몰입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내가 몰입한 시간들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몰입한 시간들을 돌아보며 가장 놀랐던 건, 내가 실제로 몰입한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만 보더라도, 보통의 근무 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내가 몰입한 시간은 4시간 정도가 가장 많았고 그보다 적은 날도 적지 않았다. 회의나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여러 책임들, 장애 대응이나 급작스러운 업무 요청들을 감안하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 외 작업들도 약속이나 내가 일상 속에서 해야 하는 것들에 따라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간의 제약을 인지하는 것은 목적에 집중하게 해준다

나는 원래도 일을 할 때 현재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한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분들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결과가 유의미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것과 안 해도 되는 것을 구분해 꼭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며, 당장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지나치게 대비하지는 않되, 변화에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적다는 걸 체감하고 나니, 목적과 상황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더 의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경험들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